"이거 스포츠카로 나온 건가요?"
2도어 쿠페가 드문 우리나라에서 문이 일단 두짝이면 스포츠카로 생각한다. 하지만 해외시장, 특히 미국에서는 기본형이 세단인 차가 2도어로 나오는 일이 많다. 세단에서 문만 두개로 줄어든 모양으로 나오는 차도 있었고 요즘은 디자인을 스포티하게 대폭 바꿔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을 위해 쏘나타 2도어 쿠페형을 만든다는 얘기도 예전에 있었다. 기아차 역시 포르테 쿱을 국내에서 연 1만대, 미국에서 연 2만5천대 팔 계획으로 북미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포르테 쿱의 경우 앞뒤 디자인이 스포티하게 다듬어 졌고 실내도 많이 신경 썼다. 포르테 쿱은 세단형을 스포티한 감각이 나게 꾸민 차 일뿐이다.
△ 위엔 1994년에 등장한 5세대(CD) 혼다 어코드 좌 쿠페 우 세단이다. 아래엔 8세대 혼다 어코드 위 세단 아래 쿠페다.
"타보니까 어때요?"
포르테는 아반떼 플랫폼으로 만들어졌고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부임 이후 그가 처음으로 거의 모든 디자인을 진행한 차다. 아반떼나 포르테나 철저히 요즘 차 만들기를 따른 차다. 차고를 높여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시트포지션을 높게 설정해 시야를 좋게 했다. 부품을 줄이고 모듈화해 철저히 원가 절감을 했다. 일반인의 입맛에 맞게 무난하게 만들고 성능보단 연비에 힘쓴 차다. 포르테 쿱의 운전감각이 태생적으로 스포티 할 수 없는 이유다.
시트포지션은 높고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MDPS는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로지텍 드라이빙포스프로 같은 느낌이다. 과거에도 언급했지만 스티어링 느낌은 차에서 운전느낌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지 맥없이 돌아가고 둔하면 운전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연비와 무게에서 득이 있는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은 대세다. 그러나 단순히 전동식이라 스티어링 느낌이 멍청하다는 것은 게으른 소리다. 전동식을 쓰면서 충분한 정보와 재미를 제공하는 스티어링 느낌을 만들기 바란다.
1.6리터에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을 장착한 시승차는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도 느리다. 그렇지만 120km/h 부근에서 3~4000rpm을 유지하며 달릴때는 느낌이 좋다. 이 구간에선 엑셀레이터 반응이 꽤 민감하게 느껴질 정도로 토크도 있다. 4단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은 상당히 똑똑하다. 부지런히 변속해 1.6리터의 엔진힘을 알뜰하게 꺼내 쓴다. 파워트레인, 특히 트랜스미션 만드는 기술이 떨어졌던 국산 자동차의 발전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7단, 8단 단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4단이라도 잘 만들면 된다. 그러나 일본의 소형차들은 이미 CVT로 앞서나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스펜션은 참 애매한 표현이지만 ‘딱딱한’한 느낌이다. 독일차 느낌으로 쿵쿵 튕기는 느낌. 그런데 다른 점은 독일차의 느낌은 요철을 지나며 쿵쿵 될 때 차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인데 포르테 쿱은 무언가 하늘에 매달려 쿵쿵 된다. (스카이훅? ㅋㅋㅋ) 여기서 생기는 문제가 무엇이냐면 하중이 잘 빠진다는 것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하중은 한쪽으로 실려있어야 안정적이다. 그러나 포르테 쿱은 하중이 잘 빠진다. 상당히 기분 나쁜 느낌이다. 물론 빡세게 돌아나갈 땐 차라리 느낌이 낫다. 하중이 많이 실려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며 특히 후륜이 끈적하게 따라오는 느낌이 상당한 안심감을 준다. 중간 빠르기로 드라이빙을 즐길 때는 불안하고 느낌이 나쁘지만 빠르게 몰아붙일 때는 차라리 더 좋다.
브레이크 역시 일반인 입맛에 맞게 초기 반응이 굉장히 민감하다. 익숙해질 때까지는 울컥울컥한다. 브레이크를 깊게 밟았을 때 제동력은 좋지만 제동시 하중이 조금이라도 좌우로 흐트러져 있으면 후미가 불안하게 움직인다.
포르테 쿱, 레이스카 나온다
현재 클릭과 쎄라토로 진행되는 스피드 페스티벌에 쎄라토 클래스가 포르테 쿱으로 바뀐다. 쎄라토는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지만 포르테 쿱은 벌써 경기참가자수가 30여명이 될 정도로 일단 시작은 성공이다. 현대기아차 연구원, 한국 타이어, 주최사인 KMSA가 함께 레이스사양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2.0리터 수동 모델에 기어비는 그대로 두고 서스펜션, 휠타이어, 롤케이지 정도의 튜닝이 더해질 예정이다. 현재 제작중인 레이스사양 차의 태백 트랙 기록은 1분 10초대이고 1번 코너 직전 최고속은 180km/h정도라고 한다. 타이어도 스포츠 타이어인 한국타이어 R-S3 혹은 R-S2를 쓴다는 소문이 있어 과거 쎄라토 레이스사양 보다 꽤 좋은 발란스가 만들어 질 것 같다. 게다가 전동 스티어링에도 손을 댄다고 하는데 무게감뿐 아니라 중심 부분을 민감하게 만드는 등의 튜닝도 가능 할지 궁금하다.
기아차의 씁쓸한 블로그 마케팅
관심을 많이 끌만한 신차가 등장할 때면 인터넷에선 언론이나 블로그나 그 신차의 소식을 남보다 얼마나 빨리 전하냐가 조회수 대박에 관건이다. 기아차는 이번에 포르테 쿱을 데뷔 시키며 자동차 관련 매체 보다 블로거들에게 차를 먼저 선보였다. 경기도 파주 소재 포르테 쿱의 카탈로그 사진을 촬영한 한 스튜디오로 기아차가 선정한 블로거들을 불러 차를 먼저 보여줬다. 시승차도 자동차 언론보다 블로거들에게 먼저 제공한다. 블로거들은 기아차가 자신들에게 먼저 연락해온데다가 소정의 비용까지 지급 하는 것에 뿌듯해했다. 파주까지 가 사진을 멋지게 찍어 블로거에 열심히 올렸고 실내 사진에 걸린 엠바고도 성실히 지켰다. 메타 블로그 사이트인 다음 뷰는 상단에 포르테 쿱 섹션까지 만들었다. 기아차는 포르테 쿱 사진이 올라간 블로그들을 꼼꼼히 살펴 포스트에 모든 문구들을 모니터링했다. 물론 맘에 들지 않으면 수 통의 전화를 걸어 수정 요구를 하는 무례함까지 보였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연방거래위원회가 광고 가이드라인을 30년 만에 다듬으며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규제를 추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처음에 나는 단순히 ‘블로그 규제’라는 단어를 듣고 표현의 자유가 더 보장돼 있는 미국에서 왜 이런일이 일어날까 의아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언론보다 오히려 블로그를 신뢰한다. 언론에서 어떤 차를 칭찬하면 돈 받고 썼냐는 말부터 튀어나오지만 ‘블로거=나 같은 소비자=아마추어=비영리’라는 생각에 블로거들을 더 신뢰하는 것이다. 하지만 블로거들이 기업으로부터 금전적 대가를 받고 상품의 장점만 부각시킨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 기아차의 포르테 쿱 블로그 마케팅을 보며 이를 실감했다. 올해 초 미국에선 한 업체가 블로거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좋은 평가를 올리게 했다가 발각돼 대표이사가 공개 사과를 한 사례도 있었다. 자동차는 다른 사람의 리뷰에 특히 민감한 상품이다. 우리나라도 곧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결론은?
포르테 쿱은 포르테 세단의 2도어 쿠페형 차다. 티뷰론-투스카니는 모두 아반떼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2도어 쿠페형으로, 역시 아반떼 플랫폼에서 파생된 포르테 쿱은 티뷰론-투스카니의 DNA를 갖고 있다고 봐도 된다. 1.6리터 모델은 파워가 부족하고 2.0리터 모델은 되야 그나마 조금 나을 것이다. 포르테 쿱은 스포츠카가 아니다. 큰 기대를 하지 말고, 타고 다니며 허세 부리지 마라. 홍보 영상처럼 젊은이들이 퍼스널카의 개념으로 옆에 여자친구 태우고 다니기 적당한 예쁜 차다. 포르테 쿱은 스포츠카는 아니더라도 스포츠카처럼 키를 들고 차에 다가갈 때 기분이 좋다. 멋진 외모 덕이다. 현대기아차 라인업에 2도어 쿠페 모델이 하나 추가된 것은 반갑다. 딱 그정도가 포르테 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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