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DDGT챔피언십은 Drag, Drift, Gymkhana, Time trial의 약자로 4개 레이스 종류를 같이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장 등 여러 사정상 드리프트, 타임트라이얼, GT레이스만 열리고 있습니다. 일단 국내 유일의 드리프트 대회가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GT레이스에는 국내 유명 튜닝샵들이 샵의 이름을 걸고 참가해 차들의 규모나 드라이버들이 준 프로급입니다. 따라서 그 치열함도 정말 불꽃 튀깁니다. 소규모 팀이나 개인이 참가했을 때는 약간의 소외감이나 위화감이 들 수도 있지만 그 경쟁을 즐기거나 더 철저한 대회를 원하면 DDGT가 맞습니다.
X3 프로젝트 엑센트를 처음 타본 지난 주 DDGT에선 타임트라이얼인 슈퍼 랩에 참가했지만 이번엔 레이스인 SS-2입니다. 미국에서 레이스 스쿨 끝날 때 졸업레이스를 한번 해본 경험을 제외하고는 난생 처음 하는 레이스라 이런저런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그 당시 무지 헤맸습니다. 그래도 두 번째로 가는 태백인 만큼 같이 가는 팀 형님들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지난주의 경험도 있어 전 레이스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DDGT가 셰이크다운이었던 만큼 타임트라이얼까지 1주일간 배기계, 얼라이먼트, 클러치 페달 같은 소소한 부분들을 저에게 맞도록 수정하고 타이어를 타임트라이얼 공식 타이어인 금호타이어 MX로 바꿔 꼈습니다. 엑센트 TGR의 자세한 튜닝기와 앞으로의 방향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또다시 토요일 아침 새벽 길을 떠나 태백에 도착하고 지난 번 1분 14.123초의 기록에서 약 1초 이상을 단축한 12초 후반의 기록을 목표로 다시 트랙에 나갑니다.
△ 윙레스(Wingless) 엑센트 TGR. ㅋㅋ 효과는 직선 스피드 5km/h 향상, 1코너 브레이크 초기 거동 불안, 마지막 코너 중반 언더스티어 감소!
토요일에 일단 2개 세션 티켓을 구입하고 1주일간 생각했던 것을 정리하며 코스 인. 일단 클러치 페달의 수정으로 드라이빙 포지션이 매우 안정됐습니다. 클러치 붙는 타이밍도 잘 맞아서 힐앤토도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드라이빙 포지션이 자신에 맞지 않으면 그 조작 자체에서 생기는 손실보다 심리적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큽니다. 좋은 스포츠카의 첫째 조건은 드라이빙 포지션이며 레이스카를 만들 때도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반드시 드라이버가 헬멧을 착용하고 앉아보며 맞출 것을 권합니다.
△ 이제 좀 저질 몸매에 맞나? 넹..
첫 세션 두번째 랩에서부터 지난번 베스트인 14.123초를 바로 깨는 13.4초. 이후 조금씩 랩타임이 줄면서 12.8초를 기록했습니다. 상쾌하고 기분 좋은 20분 이었지만 동시에 제 갈 길이 얼마나 먼지 알려주는 결과였죠. 토요일 두 번째 세션에선 날씨가 너무 뜨거워지고 차들이 많아 랩을 더 줄이진 못했고 평균 초를 끌어 내리는 정도였습니다. 드리프트박스를 빌려가 바로 바로 랩타임을 확인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 예선전입니다. 오전에는 검차가 있었는데 무게 때문에 살짝 불안했지만 1005kg로 가볍게 패스. 타임트라이얼 SS-2 클래스의 무게 규정은 1000kg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예선전에 들어갑니다. 예선전 방식은 타임트라이얼로 자신의 베스트랩만 뽑으면 됩니다. 팀원들과 무전 시스템을 갖추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가장 빠른 랩을 기록했다면 피트에 들어와 쉬다가 남이 자신보다 더 나은 기록을 내면 다시 코스인해도 되기 때문이죠. 6번째 랩에서 1분 12.322초를 기록해 개인 베스트를 깼지만 무전으로 제 앞에 10초대에 들어온 차가 2대나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 뒤에 있는 차의 기록을 물어보니 13초대. 저는 10랩 가까이 돈 상태에서 10초대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판단해 피트인하고 예선 3위로 결승을 맞게 됩니다.
DDGT는 GT 결승에서 클래스 별로 그리드를 서기 때문에 빠른차 앞에 느린차가 서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즉 GT100 예선 1위 차가 GT200 예선 꼴찌 차 보다 빠르지만 그리드엔 GT200차가 앞에 서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타임트라이얼은 무조건 빠른 순서대로 그리드를 세웁니다. 게다가 스타트 방식은 스탠딩 방식. 스탠딩 스타트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하는 방식으로 롤링 스타트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그래서 아마추어 경기는 롤링 스타트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롤링 스타트를 하려면 롤링 스타트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고 모두가 신사적으로 협조해야 원활하게 진행됩니다.
출발 신호에 대한 설명이 없어 도대체 빨간불이 꺼지면 출발인지 녹색등이 켜지면 출발인지 잘 알지도 못한 채 결승전 출발 신호는 떨어졌습니다. 잠시 멍 때리다 맹렬히 출발하는 대세에 맞춰 출발. 단숨에 여러 대에 추월을 내줍니다. 드리프트 박스로 측정한 X3 프로젝트 엑센트 TGR의 제로백은 9.95초. 태백 최고속도는 1번 코너 직전 164km/h가 나옵니다. 이것도 리어 윙을 떼고 약 5km/h 빨라진 결과입니다. 배기량 1600cc 이하 차들이 참가하는 SS-2 클래스에서도 파워는 많이 떨어지는 편 같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한 2랩을 돕니다. 그러면서 제 앞에 리타이어 하는 차, 코너에서 이탈하는 차들이 하나 둘씩 생기며 저는 예선 순위와 같은 3위에 위치하고 마치 타임트라이얼 경기 하듯 주위에 차들 없이 앞에 SS-2클래스 1, 2위 차를 졸졸 따라가며 레이스 역시 3위로 마감했습니다. 적당히 벌어진 거리는 가까워질 듯 하면서 절대 가까워 지지 않더라고요. 1, 2위 차들 중 한대만 실수하거나 아니면 좀만 거리가 더 가까웠어도 드래프팅으로 순위를 바꿔보고자 하는 욕심은 있었지만 3위에 만족했습니다. 역시 즐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뛸 듯이 기뻐하는 Fortis Motorsport 팀 사람들과 함께 난생 처음 포디엄도 올라가 보고 샴페인도 뿌려봤습니다. 제가 3등 한 것도 기뻤지만 같이 간 사람들과 차를 만져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행복했습니다. 이제까진 저 혼자 차를 만지고 혼자 트랙에 가서 즐겼다면 이제 차를 만져주는 사람, 일정 동안 의식주를 챙겨주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죠.
일주일 후 팀 형님들 모두모두 모여 저녁을 먹으며 한 사람씩 소감을 얘기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제일 많은 큰형님 치프 미캐닉님! 그 형님은 예전 드래그에 나가는 차들을 주로 만져 2리터 베타 엔진에 터보를 얹어 수백마력씩 내는 엔진을 만드는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엑센트 TGR은 엔진은 순정인 상태로 나가 3위까지 하니 마치 이니셜D같은 만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하시네요. 3등 하는 것을 보고 울컥해 눈물까지 흘리셨다고 옆에 계시던 형수님의 폭로(?)가 이어지며 ‘드라이버들이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발끝에서 희열을 느낀다면 그 희열은 미캐닉의 손 끝에서 나온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해준 팀 매니저 사촌형님께 감사하며 앞으로 오래도록 모두모두 재미있게 차를 계속 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경기는 8월 중 열리는 타임트라이얼 제 2전 입니다.
사진은 타임트라이얼 공식 홈페이지에 준동 형님.

아~ 진수 멋지다. 사진으로 보니 또 새롭네...ㅎㅎ
드라마..
샴페인 묻은 레이싱복은 세탁하셨나요? 포디엄도 올라가고... 난 1년동안 뛰어도 샴페인 몇 방울 튀긴것만 맞아 봤는뎅...ㅎㅎ
오자마자 빨았어요..뽀송뽀송하게
이야!ㅎㅎ 멋지다 진수!ㅎㅎ
난 식당에서 샴페인 오픈만 조낸 해줬는데 넌 터트렸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한다..ㅎㅎ